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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산행에서 본 광경 그것이 무지개였는지 아니면 환영이었는지 한여름 장마철에 소백산을 오르다가 느닷없이 내리쏘는 소낙비를 만났다. 간신히 판초우의만 뒤집어쓴 채 자연과 함께 온몸을 비에 내맡겼다. 비가 퍼붓는 날에 낙뢰를 피하려면 바위가 솟은 높은 곳이나 나무 아래에 숨지 말란다. 그래서 산중턱 아래 편편한 곳에 서 있다 보니 갑자기 내가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산에서 비를 만나면 당황하게 마련이지만 흠뻑 젖다 보면 한편으로는 상쾌해진다. 그렇게 자연 세척을 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면서 정신까지 맑아진다. 한동안 장승처럼 서 있었지만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일기예보를 믿은 게 낭패였다. 산 전체가 번쩍이면서 번개가 요동을 치자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를 그을 산장을 찾아 이리저리.. 2009. 5. 8.
숲은 살아 있다 강원도 횡성 숲체원에 다녀왔다. 옆으로 이어진 임도(林道)를 거닐며 한없이 맑은 공기와 숲 내음과 봄이 쭉쭉 올라와 생명을 다투며 틔우는 풍광을 바라보았다. 봄의 숲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하다. 맑은 공기 - 서울에서는 어디 언감생심 바랄 수나 있는 일인가? 돌아오는 길에 다음 작품의 유적지를 찾아 순례를 돌고, 고속도로 위로 올라탓다. 서울로 가는 길은 지금 '느림의 미학'에서 '다급함과 빨리의 세계'로 접어든다. 이 숲의 생명과 한가로움과 평화를 더 누리고 싶다. 2009. 5. 5.
별을 쏘다 휴일, 아이들을 데리고 강원도 한 천문대에 가서 별을 보았습니다. 망원경으로 바라본 달은 한 없이 크고 황량해 보였습니다. 황량하기만 해 보이는 저 행성에 토끼가 사는 걸 보았다는 아이의 농담이 그저 정겹기만 했습니다. 우주를 관측하고 나서 하는 딸 아이의 말, "저 넓은 우주에 우리는 한 점 티끌 같아요." 그렇습니다. 삶을 반추하고, 겸허해지며 극히 유한한 우리 삶을 돌이켜보며 생을 준비토록하고, 삶의 숙연함을 알게 했으면 됐지요. 저도 달을 이렇게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렵게 잡은 사진인데 정말 두고 두고 보고 싶습니다. 2009. 5. 5.
모내기 준비 중인 시골 풍경 시골을 다녀왔습니다. 모내기철이라 다행히 비내린 시골 풍경은 수채화 같기만 하고, 정리된 무논에는 물을 끌어다 대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죠. 한가롭기만 한 풍경같아 보여도 모판이며, 온상을 손보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기만 합니다. 예전엔 모내기를 할 때면 고봉밥이며, 막걸리며 둥당 울리는 풍악이며 정겨운 풍경들이 펼쳐졌었지요. 도심을 떠나면 이렇게 땅에 뿌리를 박은 삶이 고스란히 계절을 맞이합니다. 보는 마음에 긴 여운이 남습니다. 2009. 5. 5.
차 한잔 하러 오세요 바람 부는 제주에 찻잎 따서 마시는 풍광을 안고 싶다. 찻 잎 하나에 삶을 싣고, 그윽한 인생의 멋을 알며 살아가고 싶다. 멋진 벗들과 차 한잔 하며 저문 황혼을 말없이 바라보고 싶다. 계속 계속 우러나는 찻잎이고 싶다. 2009. 5. 1.
돌짬에 난 식물들 작년에 낸 에서도 비슷한 사진이 쓰였었는데, 제주 돌짬 아래 이끼류 식물이 틈을 헤집고 나온다. 삶이란 이렇게 억척스러운 것. 올 상반기에는 책을 몇 권 내고 하반기 작업에 혼을 쏟는다. 건강한 글이 어디서든뿌리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