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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연구소286

메밀꽃 피는 동네 메밀꽃 피는 동네 국민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내게는 영수라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머잖아 중학생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설렘 속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때로는 중학교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해 주곤 했는데, 어떤 아이들은 중학교에 가게 되면 영어를 배운다는 얘기에 이미부터 알파벳을 외우거나, 읽기도 했다. 그런 녀석들은 공책에 알파벳을 적어가며 은근히 자랑하는 눈치였다. 영수는 공부를 썩 잘해 중학교 진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정작 녀석은 진학 얘기가 나오면 교실 뒤편에 앉아 고개를 푹 떨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선생님은 쉬는 시간이면 녀석을 불러 설득하곤 했다. “진학을 안 하면 뭘 하려고 그러니? 아버지께 말씀 드려서 꼭 중학교는 가도록 해라.” 하지만.. 2009. 9. 16.
끈기를 말할 때에는 어떤 종류의 끈기인가를 먼저 유심히 살펴보라 끈기를 말할 때에는 어떤 종류의 끈기인가를 먼저 유심히 살펴보라 동료들이나 후배 직원들과 업무상이나 사석에서 대화를 나눌 때 은연중에 저는 ‘끈기‘라는 단어를 참 많이도 쓰고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의 선호도가 높거나, 혹은 경험이 ’끈기’를 불러내서 의식적으로든 계속 재생시켜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될 법한 일에서도 끝까지 견디지 못해 물러서고 놓치게 된 기회들이 적잖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왜 좀 더 끈기를 발휘해서 그 일을 완수하고 성취해 내지 못했을까 돌이켜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적잖습니다. 이십대 때 초고까지 다 써놓고 출판하지 못한 채 넘어간 원고가 아직 제 책상 옆에 20년간 쌓여있고, 3년 내 출판하겠다고 놓아둔 돌아가신 아버지 자서전이 일 년이 지나가는 데에도 아.. 2009. 9. 16.
벌초를 하고 가을 들판을 노닐다 오다 올해는 윤달이라 대부분 벌초가 늦는 모양이더군요. 강원도 선산을 찾아 벌초 하고 올라오는 길에 막국수 먹고 가을 들판을 우두커니 바라다 보았습니다. 세상은 놀라고, 가슴 아프고, 구김살 있기도 하지만, 계절은 변함없이 가을을 맞이하고, 추수의 계절을 놓치지 않습니다. 농심은 예전같지 않아 참새떼가 벼이삭에 달라 붙어도 쫓는 이 하나 없고, 노인들 뿐인 시골엔 새쫓을 힘도 없는 모양입니다. 일년에 한 두번 만나 선산을 찾고, 밥 한 끼 나누고 나면 다들 뿔뿔히 도심으로, 저 사는 곳으로 흩어지는 게 요즘의 삶이지요. 무겁게 익어가는 벼이삭과, 식당 평상에 널어 놓은 붉은고추와 썪어 놓는 호박은 햇빛에 그을러져 겨울 반찬이 되어 가는 것이겠죠. 시골 가을은 그렇게 누엿누엿 저물어 갑니다. 서울로 가는 길에 .. 2009. 9. 13.
사무실 온도가 너무 올라갑니까? (전경일의 파워 직딩) 출처: 메트로 서울 09.09.10(목) 연재 2009. 9. 12.
세계는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고, 이 변화는 내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고, 이 변화는 내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선물해 준 책을 흥미롭게 탐독했습니다. 로렌스 곤잘레스가 쓴 『생존(deep survival)』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생존과 모험의 작가는 이 책에서 1830년 9월 15일 매국 리버풀 앤드 멘체스터 철도 개통식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날 월리엄 허스키슨이라는 리버불 시의 의원이 다가오는 철도에 치여 목숨을 잃었는데, 사고 는 뜻밖에도 그가 기차의 속도를 가늠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기차는 처음 보는 물건이었고, 마차의 속도만 알아 온 그는 기차의 속도와 거리에 대해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기에 기차가 달려오는 데에도 철길을 건너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 2009. 9. 7.
회사에서 하루에도 수 백 번 듣는 단어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습니까? 회사에서 하루에도 수 백 번 듣는 단어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습니까? 직장인들이 하루 중 회사에서 쓰는 말들을 조사해 보면, 생각 외로 몇 문장 안된다고 합니다. 단어로는 채 100개가 넘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지요. 단어 사이사이에 쓰이는 조사를 빼버리고 나면 순수 명사의 수가 이렇다는 얘깁니다. 직장인들은 주로 어떤 단어를 쓸까요? 일, 주간․월간업무, 매출, 승진, 평가, 월급, 임원, 시장, 점유율, 술, 회식, 워크샵, 협력업체, 사장님, 비전 등등 아무리 꼽아 보아도 100개 이상의 단어를 찾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적은 수의 단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업무를 수행할까요? 회사에서 쓰는 단어들은 일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압축된 터미놀러지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2009.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