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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경영185

글로벌 토종, 토종 글로벌을 찾아서 세계화 시대에 로컬은 어떤 양상일까? 제주도 한라산을 오르면 주위를 둘러싼 크고 작은 오름들을 볼 수 있다. 내겐 그 광경이 흡사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둘러싼 로컬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시간, 장소, 특정기업, 인종, 사상, 체제를 떠나 자본이 절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면 가장 적당한 곳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게 세계화의 본질이다. 그러다 보니 그 결과로 로컬의 강화 내지 반대급부로 초토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자본, 유통자본, 산업자본의 슈퍼파워 뒤에는 주주만능주의, 비정규직의 양상, 양극화, 야만적 투기자본, 서구적 경영이론이 판치고 있다. 나는 이 점을 이미 얼마 전 출간한 경영 칼럼에서 지적한 바 있다. “글로벌이 단일 네트워크로 이어지며 사업기회, 자산이동.. 2010. 7. 5.
문제의 궤(軌)를 꿰는 질문, 왜? 역사상 “레오나르도 다 빈치만큼 평생 ‘왜’로 일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상상하는 레오나르도는 ‘페르케, 페르케, 페르케‘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방 안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페르케(perche)‘는 이탈리어어로 ’왜‘라는 뜻이다. 레오나르도는 만능인으로 불렸지만, 이것은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왜‘를 해명하는 방식이다. 어떤 경우에는 회화가 적합했고, 또 다른 경우에는 인체 해부가 가장 적절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다방면에 손을 대서, 결과적으로 만능인이 되어 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빈치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이 같은 분석만큼 정곡을 찌른 통찰은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에 다 빈치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세종과 그 벗들이 있다. 세종시대의 풍부한 상상력은 바로 .. 2010. 5. 15.
거물못 , 째못, 융습합(融習合)의 새로운 지식 세계(2) 그렇다면 통섭은 어디서 올까? 가장 전형적인 통섭 형태는 ‘자연을 흉내 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인간사회를 바꾼 수많은 도구와 아이디어가 자연에서 비롯됐다. 어느 기업은 동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연구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통섭의 메카’로 불리는 MIT 미디어랩은 1985년 이래 매년 수 백 건 이상의 미래형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 공장’이 됐다.” 대학이 통섭의 거대한 실험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삼성, LG, SKT 등 휴대폰 제조(혹은 서비스)회사들은 생물학적 특성을 살린 강력한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한 무선기기 제조사의 신입사원 채용 일화는 이를 잘 드러내 준다. 국내 통섭학의 주창자이기도 한, 자연과학자 최재.. 2010. 5. 15.
거물못 , 째못, 융습합(融習合)의 새로운 지식 세계(1) 우리의 전통 고건축은 통섭의 멋과 힘을 한껏 드러내 준다. 못하나 박지 않고도 전체 건물이 한 덩어리가 된다. 천의무봉한 우리 고건축의 비밀은 무엇일까? 나무와 나무를 정확하게 교차시키고 끼워 맞춰 한 몸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못이 없어도 홈을 파서 연결하면 시간이 갈수록 한 덩어리가 된다. 우리 건물이 소나무 재질을 쓴다면, 노송나무를 고건축의 주재료로 쓰는 일본은 시간이 갈수록 나무가 못을 조여 주게 한다. 나무를 고정시키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일본 장인이 지닌 기술 정신의 기저는 효율성이요, 우리는 합치와 조화다. 이 차이가 지금까지의 산업의 차이를 가져왔다. 이처럼 우리의 건축물은 못 하나 박지 않고도 집 전체를 하나로 묶어 낸다. 천년을 견뎌온 목조문화재의 비밀은 바로 이 같은 ‘이음법’에.. 2010. 5. 15.
차세대 해녀 육성법 해녀들은 거듭되는 훈련에 따라 기량을 익혀 나간다 뭍의 사람들의 가장 큰 골치덩어리는 고정관념이다. 그들은 움직임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본다. 바다는 움직이지만, 고정 불변의 진리가 그 속에 내포되어 있다. "모든 것은 움직인다. 움직임은 변화다. 바다는 더 빠르고 크게 움직임으로써 세상을 지배해 왔다." 바다를 알면 불확실성의 경영 세계를 더 잘 꿰뚫어 볼 수 있다. 기업 경영이란 결국 움직임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 아닌가. 소니의 이데야 회장이 말한 '동적 안정 상태'라는 말은 이런 것일 게다. 해녀는 어엿한 직업인이다. 해산물 채취 전문가 집단이다. 한 사람의 해녀가 당당히 제 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대략 10여 년의 고된 훈련이 필요하다. 세상에 거져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프로의 조건이.. 2010. 4. 25.
해녀들의 코칭 바다로 출근하는 여자 뭍의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바삐 직장으로 향한다. 바다를 직장으로 삼는 해녀들에게도 출퇴근이란 게 있을까? 물론이다. 출퇴근만 있는 게 아니라, 휴가도 있다. 다만 다른 점은 작업장소가 바다라는 점이다. 하루 일과는 바다에서 시작되고 바다에서 마무리 된다. 그런 까닭에 물결을 타고 바다로 나가고 다시 갯가로 들어오는 과정은 해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사이가 일을 위한 시간이며, 생명을 담보로 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해녀 코칭엔 바다로 나아가고 뭍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된다. 바다로 들고 나는 그 사이에 본격적인 ‘업무’인 채취활동이 기다리고 있다. 해녀들은 해변과 바다를 오가며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 적응하며 훈련수위를 높여 나간다. 원숙한 역량을 발휘할 때쯤이.. 2010. 4. 13.